권병준. 그가 '고구마'로 불리던 시절.
'원더버드'의 음악을 미친듯이 좋아했었는데. (테이프가 점점 늘어지며 음악도 조금씩 느려졌었다.)
달파란과 함께 한 전자음악 공연을 2004년 봄에 보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오늘 그의 공연을 다시 만났다.

 

 


 
자신이 제작한 전자 악기들과 이펙트들의 소리가 관객들 주위를 둘러싼 18개의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왔다. 굉장히 섬세하게 콘트롤 되었고, 그가 어떤 행위를 통해서 소리를 만지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웹캠이 달린 펜으로 쓰여지는 글씨가 아름다운 노이즈와
버무려지며 캔버스 위로 쏟아졌다.
기타 소리, 목소리, 열쇠의 짤그랑 거리는 소리, 입으로 내는 바람 소리는 마이크를 통하면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공간감을 갇는다거나 미묘하게 전자음으로 변형되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오감이 모두 열린다.
혹은 잊고 있던 의미들이 스물스물 정수리 끝까지 기어 오른다.
그의 공연에서 느낀 따스함이 주변의 모든 것들에 주위를 기울이고 관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전해준 것 같다.

담배 한대도, 커피 한잔도, 맥주 한잔도, 냉면도 맛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기억과 가능성을
떠올리게 해준다.

 
2010/07/17 23:39 2010/07/1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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