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
그림이 옷에 프린팅된다.
그림이 옷의 구조에 영향을 끼친다.

멋진 후배님들의 모임. '대안도안단'의 임시정부 수립 전시에 다녀왔다.
전시 타이틀에서부터 느껴지듯,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페러디하여 대안도안단을 결성한 것.
우편으로 도착했던 전시 초대장의 비장한 붓글씨 타이틀부터 이들의 비장함을 가장한 발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함께 동봉한 가명의 명함. 이름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인사들의 이름을 페러디 한 것인지는
정확치 않았으나. 경비아저씨 '백구', 재정난장관 '남문'의 센스는 '이거 괜찮은데?'라며 미소짓게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본부 역시 이랬을 듯한 허름한 문화지형 연구소 씨티알에 들어서자 입구 오른쪽에
이대팔 머리, 올빽으로 간지를 낸 대안도안단 임시정부 인사들의 옛스러운 기념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한 첫번째 작업이 한 쪽 벽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소감을 간단히 말하자면. 아... 너무나 아쉬웠다.
그들의 전시 작품 도록 앞에 초라하고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던 임시정부 수립일지.
내가 더 보고 싶었던 것은 작품 보다도 그들의 정부가 왜, 어떤 목적에서 세워 졌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뻥과 재치였던 것이다.
메인 작업은 릴레이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릴레이로 이미지를 다른 작업자에게 넘겨받으며 발전시키는 방법론은 구심점이 될만한(강렬한) 공통된 주제의식 혹은 표현방법이
전제된 상태에서만이 흥미를 유발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구심점이 약했던 작업은 아쉽게도 순간순간의 반짝함을 하나의 목소리와 힘으로
모으는 것에 실패한 듯 했다. 살짝 생각했던 개인적인 해결책 - 이미지들의 변형과 그것의 최종
변형 형태가 더 명확히 인식되도록 전시 레이아웃을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전시 레이아웃도 복잡한 상태였고, 이미지와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같은 무게로 배열되어 있었다...)
20대 중반의 남성 대학생 디자이너가 갖는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들이
뒤엉킨 감정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덩어리. 모순, 저항, 자폐, 도피, 선언, 뻔뻔함, 쿨함, 자격지심 등등.
각 주제별 최종 결과물이었던 이미지 위에 그 주제를 선정했던 최초 작업자가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남김으로써
작업이 마무리된 것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멋진 아이디어였다. 인쇄된 이미지 위에 선언처럼 얹어진 실크스크린 프린팅.
마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는 패기가 느껴졌고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으나(전시 초대장을 받았을 때 갖게 된) 충족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자면. 역시 젊은 디자이너로 구성된 대안도안단 임시정부의 정체성과 수립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까지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즉, '디자인계'라는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고 그곳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대안도안'을 기치로 내건
임시정부를 수립했다면 그들은 무엇에 저항하며 무엇으로부터 독립하려 했을까?
결코. 심.각.하.지.않은. 발칙한. 상상력으로 모순을 비꼬아 현실의 대안, 또 그것의 대안을 상상하게
만드는 진지하고 어의없는 그래픽 유머가 이들의 작업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의 아쉬움은
내일의 기대로 남겨뒀다.
투명하고 길고 긴 미로가 공원 숲에 설치될 것이다.
그리고 비닐 건너편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생명체들이 부유한다.
지금은 멤버 각자의 기억과 몸으로 러프한 스케치를 하고 있는 중.
어떤 모습으로 공연이 이루어질까?
10월 3일, 4일. 과천에서. 기.대.하.시.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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